법은 멀고 소음은 가깝다.

최근 들어 집 앞에서 들려오는 금속 소음 때문에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 있다.
원래도 예민함을 기본 장착한 삶인데, 하루하루 반복되는 소음 앞에서는 그 예민함이 몇 배로 증폭된다.

뉴스에서 접하던 격한 사고들이  낯설지 않다.

아침 일찍부터 들려오는 그 소음은 자동 반사처럼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감당하기가 더 힘들다.

법이 모든 걸 지켜주지 못한다는 현실도 체감했다. 민원은 수없이 들어가도 가해자는 교묘히 빠져나간다.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고, 우기는 데도 장사가 없다는 말을 이렇게 실감하기는 처음이다.

 

살다 보면 변수가 많다지만, 소음이라는 변수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몸의 회복은 더뎌지고, 없던 병까지 얻을 지경이다. 조용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현실은 참 괴롭다.

아침의 바람을 맞고 싶어 창문을 열면, 신경을 긁는 금속 소리에 결국 창문을 꼭꼭 닫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마음이 어떤지 이제는 1000% 이해가 간다.

 

 

반응형

 

나는 웬만하면 이성적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반복되는 소음 앞에서 멘털은 무너졌다.

주말에는 열이 나고 밥 한 숟갈 제대로 못 먹을 만큼 지쳐 앓았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이 되든 안 되든, 우선 내가 무너지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아침에 상황을 살피고 소리가 들리면 창문을 바로 닫는다.
그리고 음악을 튼다. 난청 때문에 음악을 잘 듣지 않았지만, 쇠 부딪히는 소리가 귀에 더 치명적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또 신경계 안정을 위해 하루 세 번, 아침·점심·밤마다 10분씩 명상을 하기로 했다.
소음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내 안의 평화를 지키는 연습은 할 수 있으니까.
다시 의욕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