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기력이 왔다 갔다 한다.
영상 만드는 게 한동안 너무 즐거워서 에너지가 넘쳤는데,
어느 순간 그 재미도 조금 옅어졌다.
그렇다고 그만둔 건 아니고, 이제는 그냥 기분 따라 하기로 했다.
무기력을 털어보려고 일을 찾아보기로 했고
고용24시도 등록하고, 동사무소에도 전화를 해봤다.
상담하시는 분이 내 번호만 보고 “연세가 조금 있으시네요…”라고 하길래
전산으로 다 뜬다는 사실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맞는 자리 나면 연락드릴게요.”
바쁘게 통화가 끝났다.
시청에도 공공근로 문의를 했더니
내년 1월 초 공고가 올라온다고 알려주었다.
그 순간 문득,
“아… 이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100세 시대에 이제 반 살았는데
벌써 이렇게 찌그러져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포기란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고,
나는 대신 절약에 눈을 돌리기로 했다.
원래 미니멀리즘에 관심은 많았지만
막상 실천은 잘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조금 절실해졌다.
딸이 학원 때문에 용돈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나도 백수가 되었다.
지난 5개월은 저축했던 돈을 꺼내 쓰며 지냈는데
더는 꺼내쓰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제는 남편이 주는 생활비 안에서
반드시 남겨서 저장하기가 목표다.
첫 번째로 핸드폰 요금을 줄였다.
알뜰폰으로 갈까 했지만 약정이 남아 있어서
일단 요금제만 낮추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엑셀로 가계부를 다시 만들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지출뿐 아니라 작은 메모들도 함께 적어두기로 했다.
쿠팡 사용 기준도 정해놓으니
매일 돈을 쓰는 기분이던 소비 패턴이 조금 잡히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불편한 걸 잘 못 참아서
필요하면 바로 사버리곤 했는데
지금은 그 불편함을 그냥
내가 하는 작은 놀이라고 보기로 했다.
시각이 조금 달라진 것이다.
양가 아버지들이 지독한 자린고비였는데
나는 그 유전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DNA가 슬슬 켜지는 기분도 든다.
이제서야 발동된 걸까? ㅋㅋ
예전엔 남편이 주는 생활비가 적다며
알게 모르게 서운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돈이
남편이 고생해서 번 귀한 돈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그래서 더 아끼고 싶어졌다.
회사 그만두고 나서는 계속 적자였지만
이번 12월만큼은 꼭 흑자로 만들어보고 싶다.
목표를 세우니 의욕도 생기고
다시 조금 살아나는 느낌도 든다.
관심사가 사라지고 목표가 없어지면
사람은 더 쉽게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
무기력 끝에서 새로운 목적 하나를 건졌다.
절약하며 살기.
그리고 다시 나답게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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