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지만
오늘은 아들의 태권도 시합이 있는 날.
그래서 나는
엄마 노릇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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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엄마 역할을
잘 못하고 살아서
괜히 이런 표현이 툭 튀어나왔다.
오늘은 10시에 아점을 먹여야 하기에
대패삼겹살을 굽고
상추랑 된장찌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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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점심을 차려놓고
밥상보를 덮어두었더니
아들이 물었다.
“엄마, 이거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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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평범한 집이라면
당연한 대화일 텐데
우리 집은 좀 다르다.
부실한 엄마 덕분에
아이들이 스스로 챙겨 먹는 버릇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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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운이 있을 때만
밥상 차려주는
"서비스형 엄마"였다.
이제야
살만해지고 있어서
조금씩 엄마 노릇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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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게 보내려고
식사 시간도 챙겼건만
아들은 느긋하기만 하다.
“관장님 속 터지셔.
일찍 가서 대기해야지~”
말은 해봤지만 역시나 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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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한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혹시 늦더라도
이미 벌어진 일이고,
시합 전 아이에게
불쾌한 기분을 주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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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내가 성격이 좀 급하지.
나는 꼰대처럼
30분 전엔 도착해야 직성이 풀리지만,
요즘 아이들은
딱 맞춰 가는 게 자연스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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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잔소리 많은 엄마보다는
자상한 엄마로 남고 싶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자라고
언젠가 내 손을 떠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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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집을 나섰다가
전화 통화하며 다시 돌아왔다.
“도복을 바꿔 입어야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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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미리 좀 챙기지~ 으이그…”
하고 싶었지만,
나는 다시
자상한 엄마 이미지로 장착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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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에 붙은 태극기 마크가
떨어져 있었다.
아들은 관장님과 통화하며
급히 양면테이프를 찾아 붙여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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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조금 꿈떠 보여서
내가 바느질 통을 꺼내왔다.

급한대로
네 곳의 모서리만 꿰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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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아들이 한마디.
“엄마, 바느질 속도가
이렇게 빠른지 몰랐어.”
“엄마는 늘 반전의 이미지가 있징~”
그 말에 괜히 신이 나서
깨알 자랑 모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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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아도
자주 놀아주지 못했고,
언제나 미안함이
내 마음 한켠에 깔려 있었다.
---
아들은 말이 많지 않지만
그 한마디에
“오… 우리 엄마…”
그런 느낌이 전해져서
그냥,
그 별일 아닌 상황들이
너무 좋았다.
---
도복 입고
맨발에 크록스 샌들 신은 모습도
제법 상남자 티가 났다.
가끔 내가 피곤해
거실에 잠들어 있으면
“엄마, 방에 가서 자~” 하며
손잡고 일으켜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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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도
내겐 따수운 장면으로
찰칵—
가슴에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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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들 자랑이라기보다는
모자란 엄마의
**추억 저장소** 같은 글.
내가 살아가는
소중한 일요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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