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께서 다리 거동이 불편하셔서 어르신 지팡이를 사용하고 계신다. 이번에 찾아뵈었을 때 지팡이 고무 패킹이 다 닳아 미끄럽다며 교체해 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집에 지팡이가 세 개나 있었는데, 밑둥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그제야 알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지팡이를 쓰시라고 권했을 땐, “노인네 같아 보인다”며 절대 싫다고 하시던 분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지팡이가 늘어나 있었고, 가까이 사는 시누이가 챙겨드렸던 모양이었다. 고무 패킹만 교체하면 될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지금 쓰시는 일자형 지팡이는 오히려 더 위험해 보였다. 세워두기 불편하고, 지팡이가 넘어지면 다시 집는 것도 힘들고, 체중을 제대로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쿠팡에서 검색하다 보니 네발 모양 안정형 어르신 지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세워두기도 편하고 몸무게도 안정적으로 지탱해 줄 것 같았다. 가격은 로켓배송 제품이 조금 비쌌지만, 어머니 불편함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에 바로 주문했다.
새 지팡이를 드리니 정말 마음에 들어 하셨다. “며느리가 사줬다”며 어깨가 으쓱해진 듯, 자랑하시며 다니실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어르신들이 작은 물건 하나에도 자식 자랑을 하시는 걸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된 건, 어르신 지팡이도 그냥 사드리면 되는 게 아니라 어르신의 걸음 능력에 따라 종류를 잘 살펴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불편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했다.
사실 시어머니와 나는 사이가 아주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늘 무섭고 불편한 존재로만 여겨졌는데, 이제는 아이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점심을 사주신다 해도 피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맛있는 거 사주세요” 하며 웃어넘기고 말동무도 되어 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도 정말 좋아하셨다.
세월이 지나면서 한때는 기세 좋으셨던 어머니도 조금씩 아이처럼 변해가시는 모습이 짠하게 다가온다. 성격은 여전히 급하시고 화도 많으시지만, 예전처럼 두렵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서로 미워하며 살던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나간 과거일 뿐, 이제는 아이 같은 어르신과 어른이 된 며느리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애드핏이 애드센스를 이긴 날, 금융치료의 힘 🤭 (1) | 2025.09.16 |
|---|---|
| ChatGPT 사용하다 만난 시적인 404 에러 (1) | 2025.09.12 |
| 오늘 아침 산책 (0) | 2025.09.03 |
| 법은 멀고 소음은 가깝다. (1) | 2025.08.18 |
| 조금은 서툰 엄마, 그래도 따뜻했던 일요일 (3) | 2025.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