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시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직은 에너지 부족으로 블로그 글까지 쓰는 게 버겁게 느껴진다. 마음 한편에는 그때그때의 변화나 감정들을 쓰고 싶은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 주진 않는다. 주말 이틀 내내 아무리 힘들어도 빨래는 했는데 그 빨래마저 접어두고 그냥 쉬었다. 이 쉼도 온전히 쉬었는지 의심이 가긴 하지만.^^;;
남편과 아들이 라면을 참 좋아하고 건강한 측에 속한다. 예전 같으면 라면이 몸에 해롭다는 인식 때문에 잔소리를 해댔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고 있다. 남편도 건강 생각한다고 라면은 주말에만 먹는 음식이다. 나는 사람의 특성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맛있게 먹도록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랬더니 나도 주말 식사 준비(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신경은 쓰임)에 신경을 안 써도 되고 옆에서 한 입만을 외치며 한 젓가락씩 얻어먹는 재미와 그 풍경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감도 마음에 든다. 남편도 아이도 한 젓가락씩 내 입에 넣어줄 때도 있고 그러다 라면맛에 홀려 이성을 잃고 본격적으로 먹을라치면 그릇을 뺏거나 안된다고 단호히 말해준다. 나의 라면 민감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걱정해서 나오는 행동임을 알기에 빈 젓가락을 빨며 아쉬워 하지만 나를 말려준 가족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 든다. 라면 덕분에 주말이 잔잔한 행복을 머금고 조용히 지나갔다. 빨래는 월요일 아침에 하기로 결정했다. 출근이 늦어 오전에 여유가 있다. 이틀을 잘 쉬었지만 월요일 아침까지 피로가 좀 남아있다. 월요병이 생겼다. 일하는 양도 적고 일하는 시간도 적은데. 내 몸이지만 납득이 힘들다.
운동(탁구)은 매일 주5일 아직까지 빠짐없이 다니고 있다. 그 성실함으로 현재 인생 최저 몸무게와 근육을 얻었다.
탁구칠때 자세 잡고 서 있는 것도 일정 시간 지나면 힘들어 쉬었는데, 지금은 탁구장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서 있어도 끄떡없는 다리가 되었다. 무릎이 영 신통치 않았는데 무릎도 꽤나 좋아졌다. 중간에 무릎 아대도 하고 했지만 지금은 아대 없이 잘 뛰어다닌다. 경기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일 때 가벼운 내 몸과 튼튼한 하체 힘이 느껴져 스스로 대견하고 기분이 좋다. 슬슬 탁구공을 힘 있게 치기 시작했다. 탁구쌤은 어떻게 잘도 알아보고 항상 조금씩 버거운 상태로 훈련을 시키는 것 같다. 탁구장 도착해 운동하는 건 재밌는데 피곤해 가기 싫은 날도 많았었다.(아마도 대략 한 달쯤은 그랬던 것 같음). 남편이 쓰러져도 탁구장에서 쓰러지라고 안팎으로 정신교육, 체력훈련을 한 덕분에 지금은 그냥 가야 하는 곳이고 가면 내가 발전하는 곳이고 꼭 가야 하는 장소로 생각하게 되었다. 근육이 생기고 집중력이 늘고 즐거움이 공존하는 장소이고 그러면서 내면의 자신감도 상승한다는 걸 느꼈다. 세상을 더 재밌게 살기 위해 건강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운동도 필요하다. 탁구는 인생 운동인 듯싶다. 따지지 않고 지금처럼 성실히 다니기로 했다. 스매싱을 지난주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안 쓰던 힘을 쓰려니 몸이 좀 피곤타, 하루는 그냥 랠리처럼 하다 금요일은 정식으로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 힘 들어가는 요령이 터득이 되긴 했으나 원체 상체 힘 부족인 사람인지라 지금은 좀 피곤하다. 하체는 자동으로 앞으로 더 튼튼해질 테고 이제 상체도 튼튼해질 거라 생각하니 앞으로가 기대된다.
밥물(밥 따로 물 따로, 음양식사법)의 기본 밥 따로 물 따로는 대체로 잘 지키는 편이다. 심한 음체질이라 보통 밥물인처럼 저녁 이후 물 마시는 게 나는 불리하다. 그런데 요즘 계속 수분이 당긴다. 밤에 토마토즙이나 두유가 너무 먹고 싶다. 하루만 자제해도 다음날 눈이 편한데 진짜 자제가 힘들다. 스트레스받는 거 같아 그냥 마시다 어제부터 그냥 생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토마토즙이나 두유는 좀 든든한 맛이 있는데 생수는 그런 게 없다. 없는 대신 뭔가 몸이 더 맑은 느낌이다. 일단 한 발자국 양보해 밤에는 생수만 먹어보기로 한다. 현재 3 식 하고 있고 저녁은 소식하려고 노력 중이다. 2식에서 3 식 하니 확실히 든든함이 틀리다. 운동으로 근력까지 생기니 기운 없는 게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다. 토요일에 입천장이 부었었는데 일요일 저녁때 거의 나아 있었다. 밥물 이후 회복력이 좋아져 이런 건 별 신경도 안 쓰인다. 금방 나으리라는 걸 이젠 아니까. 음식은 예민해지긴 하지만 물 따로만 잘 지키고 이것저것 먹겠다고 마음먹고 먹으면 극 예민함이 예민함 정도로 떨어지긴 하는 것 같다. 다시 사회 생활하려니 가려 먹기 스트레스받는 거 같아 웬만하면 먹으려고 한다. 그래도 예민한 음식들은 많이 먹지는 않고 조금씩 먹는 정도의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 아침에 풍욕은 거의 거르지 않고 하는 편인데 탁구치고 찌뿌둥한 근육도 부드럽게 풀리고 기분도 상쾌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공기 차가와지면 머리 정수리 아픈 게 최근부터 시작되었다. 아프면 열이 나고 몸져누워야 되는데 현재 몸져눕지는 않고 있다. 지금 이 글 쓰면서 알았다. 어쩐지 열이 있더라. 그런데 예전에 비해 너무 말짱하다. 일하고 운동하고 밥도 잘 먹고, 잘 웃고........ 하하하
원래는 가을부터 아프기 시작인데 밥물 덕분에 이렇게 잘 버티고 있다. 이렇게 살만해졌다고 빡센 밥물은 못하고 있다는 ^^;;... 저녁 이후 물 자제만 해도 몸이 엄청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있는데 진짜 살만해지니 잘 안된다. ㅎㅎㅎㅎ. 그냥 거북이처럼 느리게 가야 될 것 같다. 잘 지키고 싶은 의욕이 막 솟다가도 내 눈앞에 먹을 거에 그냥 잘 무너진다. 의지박약을 인정한다. 방금도 밤엔 물만 먹어야지 했는데 글 쓰다 말고 두유 한 팩 마시고 돌아왔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괜찮다. 기본은 잘 지키고 있으니까. 어쨌든 계속 나아지고 있으니까.
오전은 좀 피곤한듯 했지만 점점 에너지라는 게 생긴다. 목소리도 밝고 힘이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내 밝음이 강해져 주변인들의 칙칙한 감정에 잠식되지 않고 내 에너지가 유지되는 하루였다. 앞으로 이렇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