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 한 매일 가다시피 맨발 걷기로 동네산을 갑니다. 작년 여름부터 꾸준히 다닌 산이라 이제는 애정도 생긴 듯합니다. 사람들이 제법 즐겨 찾는 산이지만 깨끗한 상태로 늘 맞아주어 늘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주 가다 보니 운동기구 설치된 장소는 그 장소를 매일같이 사용하시는 분이 자발적으로 청소하시는 것 같았습니다ㆍ등산로도 깨끗한 자연환경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여기분들은 시민 의식이 뛰어나신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ㆍ그러던 어느날 어르신 한 분이 집게 들고 등산로 쓰레기 줍고 계신 걸 목격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등산로가 깨끗한 이유를.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러다 늦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고 이후로 지금까지 그 어르신을 뵌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등산로에 쓰레기가 많아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힐링하기 위해 찾는 산이 점점 쓰레기장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질체력이라 여태껏 봉사활동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쓰레기를 내가 주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하는 일이라 이것도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몇 날 며칠 의자에 비를 맞고 버려진 쓰레기를 이틀이나 고민하다 주워 온 적도 있습니다. 소심한 성격이라 처음 하는 일은 정말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간단한 일도 용기가 필요했다니 좀 웃기죠?
그래도 용기를 내게 해준 건 등산로 쓰레기를 줍고 계시던 작년에 한 번 뵈었던 어르신의 모습이었습니다. 티 내지 않고 묵묵히 모두를 위해 쓰레기를 줍던 어르신의 모습이 제겐 꽤나 감동스러웠습니다. 숨은 천사들의 보살핌이 있어 우리가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 한 번 버려지면 누군가 또 버리고 또 버리고 사람 심리가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얀 휴지가 의외로 곳곳에 많이 버려져 있는데 산속에선 하얀색이 눈에 정말 잘 띕니다
맨발로 자주 걸어 햇빛에 탄 제발도 아주 하얗게 보입니다ㆍ 남편이 신발 신고 저와 산행할 때 제 발을 보고 왜 그렇게 하얗냐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다른 분들 맨발이 너무 하얘서 진짜 병자들만 걷고 있나 하다가 산속에선 유난히 하얗게 보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낙엽 위에 하얀색을 띠며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휴지를 보면 기분이 좀 불쾌해집니다. 좋은 일 한다기보다 제 기분 불쾌해지는 게 싫어 쓰레기 줍기를 한 것도 같습니다
쓰레기에 초점을 맞추고 봤더니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작은 사탕봉지도 많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낙엽 사이사이 작아서 무심코 지나면 보이지 않으나 신경 써서 보이면 정말 많이 보입니다
과일껍질도 버리지 말라고 쉼터 벤치 앞에 안내문이 아주 잘 보이도록 부착해 두었는데도 한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버렸나 봅니다. 지난번 제가 치웠는데 또다시 버려지기 시작해서 더 많이 버려지기 전에 얼른 치워야겠다 싶어 오늘 과일껍질, 계란껍데기, 커피믹스 껍질 등을 치웠습니다.
그중에 제가 경악한 쓰레기는 담배꽁초입니다.
오늘 아침 산에 가기 전 아침뉴스에서 대형산불 뉴스가 나왔습니다. 요즘 건조하고 산에는 마른 낙엽들로 가득합니다. 불이 나기 정말 좋은 조건이죠. 산 중턱에 있는 벤치에서조차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어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불씨도 안 끄고 버린 담배꽁초 두어 번 발견해서 제가 발로 끈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산은 아니었으나 산을 오르기 전 산 근처라 위험해 보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의 아름답고 멋진 자연을 지키기 위해 본인들 드신 음식 쓰레기나 각종 쓰레기는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지 말고 꼭 되가져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산불은 한 번 나면 복구도 어렵고 그 많은 나무들과 산에 서식하는 수많은 동물들 생각해서라도 산에서 담배는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담배꽁초 불날까 무섭습니다ㅠ
등산로 쓰레기를 줍고 하산할 때 쓰레기봉투를 보니 지난번 보다 적은 양이었습니다. 가끔씩 이렇게 주워주면 깨끗하게 잘 유지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버리시는 분들이 몇 분 안 되시는 것 같습니다. 버리신 분들 덕분에 제가 오늘 좋은 일 했습니다.^^